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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에 생각하는 '개인주의 2.0' 시대 | 한국일보

개인주의는 1990년대 신세대 열풍에서 시작되어 MZ세대에서 더욱 강조되었으며, 최근 SNS와 초개인화 기술로 관계적 개인주의로 진화하고 있다. 세대별로 차이가 있지만, 자율성과 연결이 핵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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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사회에서 개인주의가 부상한 건 1990년대 초반에 일었던 '신세대 열풍'을 통해서였다. 당시 '네 멋대로 하라'라는 신세대의 표어는 충격이었고 또 신선했다. 자기 삶이 온전히 자기 것이라는 당당함이 개인주의의 요체다. 이 개인주의는 MZ세대에서 한층 두드러졌다. 기꺼이 '혼밥·혼술·혼영'을 선택하게 했고, 자신만의 계발·취미·투자에 몰두하게 했다.

개인주의에는 빛과 그늘이 존재한다. 자유는 원래 거부할 수 없는 존재의 가치다. 동시에 고독과 고립이라는 대가를 감당해야 한다. 개인주의는 자기 삶의 자율성과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시대적 가치다. 동시에 개인주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그늘 아래 결국 외로움의 시대라는 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2020년대에 들어와 이런 개인주의 생활 양식에서 변화가 보인다. 혼자 살아가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느슨하고 유연한 네트워크를 통해 고립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그 네트워크는 학교 동창 등 연고 관계일 수도 있고, 취미·봉사 등 사회 활동일 수도 있다. ‘고립된 개인’에서 ‘관계적 개인’으로의 변화는 개인주의가 진화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런 관계적 개인주의의 부상에는 과학기술혁명의 진전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그 배경 중 하나다. 어떤 이들은 SNS가 인생의 낭비라고 비판하지만, 카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은 관계적 접착제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외로워서 온라인에 접속하고, 접속을 통해 살아 있음의 인정 욕망을 실현하려는 게 우리 시대의 내면 풍경이다.

'초개인화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초개인화란 소비자의 상황 및 맥락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그 니즈를 예측함으로써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활짝 열린 21세기 소비의 시대에 초개인화는 소비 주체의 ‘멀티 페르소나’를 발견하게 하고, 그 다채로운 취향을 충족시킨다. '소확행' 문화의 이면에는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혁명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런 개인주의 생활양식이 세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청년세대의 개인주의가 자발적 선택에 따른 것이라면, 고령세대의 개인주의는 타율적 강제에 가까운 것이다. 개인주의에 대한 낙관적 기대와 비관적 전망이 공존하는 게 우리 사회 개인주의가 놓인 현실일 것이다. 분명한 건 개인주의의 도도한 진군을 자발적이든 타율적이든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가 남긴 말이다. 근대적 개인의 주체성을 선포한 발언이다.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생태사상가 장일순이 서화 작품에 적어둔 말이다. 함께 사는 삶의 소중함을 알린 발언이다. 개인의 의미를 존중하되 온기 있는 관계를 추구하는 그런 '개인주의2.0 시대'를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까. 2026년의 화두로 삼아보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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