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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발명, 법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AI 발명의 미국 특허 적격성과 국제적 과제 - 인공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발명의 특허를 확보하는 것은 단순한 권리 등록 절차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다. 세계 최대의 기술 시장이자 분쟁의 무대인 미국에서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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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인공지능(AI) 발명의 특허를 확보하는 것은 단순한 권리 등록 절차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다. 세계 최대의 기술 시장이자 분쟁의 무대인 미국에서 권리를 얻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사업화 과정에서 커다란 위험에 직면한다.
미국은 글로벌 IT 기업과 플랫폼 기업의 본거지이며, 특허 소송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벌어진다. 따라서 AI 기업이나 연구자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면 미국 특허 제도의 장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 특허법 제101조가 정한 추상적 아이디어 제외 원칙이 인공지능 발명의 목줄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법과 제도의 울타리는 늘 도전받아왔다. 18세기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의 불을 지폈지만, 당시에도 안전 규제와 소유권 분쟁에 휘말렸다. 전기와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때에도 사회는 법적 제도와 충돌하며 조정 과정을 거쳤다. 결국 혁신이 제도와 맞부딪혀 정당한 권리의 틀 안에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사회 전반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다. 오늘날 인공지능이 처한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술은 폭발적으로 발전하지만 법은 여전히 과거의 기준을 적용하며 새로운 혁신을 시험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본질적으로 데이터 처리와 수학적 연산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미국 특허청 심사관은 이러한 과정을 흔히 “수학적 개념”이나 “정신적 과정”으로 해석해 추상적 아이디어로 분류한다. 범용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신경망 학습이나 데이터 분류 과정은 쉽게 거절 이유로 이어진다.
그러나 법원은 다른 길을 보여준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반복적으로 발명이 구체적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소프트웨어 발명이라도 특허 적격성을 인정해왔다. 2016년 McRO 사건에서는 애니메이션 자동화 기술이 입술 동기화 정확도를 개선한다는 점을 들어 보호가 인정됐다. 2020년 Packet Intel v. NetScout 사건에서는 패킷 감시 정확도 향상, Uniloc v. LG 사건에서는 네트워크 지연 감소가 구체적 효과로 평가됐다. 법원은 추상적 아이디어라는 범주를 넘어 실제 성능 개선이 증명될 때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2024년 7월, 미국 특허청은 인공지능 발명 관련 심사 지침을 보강하며 새로운 예시(예시 47~49)를 공개했다. 예시 47번은 인공신경망을 활용한 이상 탐지다.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해 이산화하고, 역전파와 경사하강법으로 학습시키는 과정을 청구한 발명은 추상적 아이디어로 거절됐다. 그러나 학습된 신경망을 통해 네트워크 트래픽의 악성 패킷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차단하는 발명은 네트워크 보안 강화라는 구체적 효과를 인정받아 적격성이 부여됐다. 같은 신경망 기술이라도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특허의 문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하는 것이다.
예시 48번은 음성 분리 기술을 다룬다. 여러 화자의 목소리가 섞인 신호를 분리하는 과정은 오늘날 스마트폰, 웨어러블, 회의 시스템에서 중요한 기술이다. 그러나 단순히 STFT 변환과 심층 신경망을 통한 임베딩 벡터 계산만을 나열한 발명은 추상적 연산에 머물렀다고 판단돼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반면 분리된 음성을 이용해 불필요한 화자를 제거한 새로운 오디오 신호를 생성하거나, 음성-텍스트 전사의 정확도를 개선하는 방법을 포함한 청구항은 실질적 성능 향상이 드러나면서 적격성을 확보했다. 이는 발명이 수학적 공식을 넘어 실제 품질 개선과 사용자 경험 향상으로 이어져야만 보호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시 49번은 의료 분야 사례다. 인공지능 기반 유전체 분석을 통해 환자의 섬유화 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술이다. 환자의 샘플을 분석하고 다인자 위험 점수(PRS)를 계산해 고위험 환자를 식별한 뒤 ‘적절한 치료’를 권고하는 청구항은 추상적 아이디어이자 자연법칙에 기반한 절차라며 거절됐다. 그러나 동일한 분석 과정을 거쳐 특정 신약을 고위험 환자에게 투여한다는 구체적 치료 행위를 포함한 청구항은 실질적 의료 응용으로 인정돼 적격성을 얻었다. 이 사례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예측을 하는 수준에 머물면 보호받지 못하고, 구체적 치료나 산업적 응용으로 연결될 때에만 특허로 이어진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세 가지 예시는 미국 특허청이 발명가와 기업에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다. 인공지능 발명은 단순한 수학적 계산 절차로는 보호받을 수 없다. 발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성능을 개선하는 구체적 효과를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 청구항과 명세서에 기술적 문제와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단순히 “AI가 무엇을 계산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 계산 결과가 어떤 산업적 개선으로 이어지는가”를 설득해야 한다.
이 같은 기준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특허청도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원칙적으로 수학적 방법으로 보아 특허 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의료 영상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거나 통신망 지연을 줄이는 등 구체적 기술적 효과가 증명되면 특허를 인정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특허청은 인공지능 발명 심사 지침을 정비하고 있으나, 결국 국내 기업이 직면할 특허 분쟁의 무대는 미국과 유럽이다. 따라서 우리 발명가와 기업은 처음부터 국제 기준을 의식하고 청구항을 설계해야 한다. 구체적 성능 개선과 응용 효과를 입증하지 않는다면, 국내 등록만으로는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을 방어할 수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 혁신은 언제나 법의 벽을 넘어야 했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법적 제도와 충돌을 조정하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추상적 아이디어의 함정에 빠져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혁신은 제도의 벽 앞에서 좌절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 문제 해결과 실질적 응용을 증명한다면, 인공지능 발명은 특허라는 보호막을 얻어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다. 결국 법의 벽을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넘는 전략을 치밀하게 마련하는 것이 오늘날 발명가와 기업의 몫이다.
필자, 김용덕 변리사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대표 변리사로,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LG전자, 삼성전자, 수아랩, 마키나락스, 샤오미 등 국내외 유수 기업들의 지식재산권 업무를 전담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조달청에서 인공지능 및 IoT 기술과 관련된 우수 제품 평가 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기술특례상장과 관련된 전문 평가 기관에서 코스닥 상장 심사용 전문 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 특허 심사 실무 가이드', '인공지능 특허 확보 전략', '지식재산권 권리이전 바이블', '상표 유사 판단 이론 및 판례' 등이 있다.<편집자 주>
출처 : 인공지능신문(https://www.ai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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