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가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용자가 매일 사진을 올리고, 댓글을 남기고, 친구와 소통하는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최근 메타는 단순히 사람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을 넘어 인공지능 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대형언어모델인 라마(Llama)를 공개하며 생성형 AI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데 이어, 가상현실과 메타버스, AI 비서, 디지털 휴먼 등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려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메타가 출원한 미국 특허 제12513102호 '언어 모델을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킹 시스템의 사용자 시뮬레이션(Simulation of a User of a Social Networking System Using a Language Model)'은 매우 흥미로운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 특허는 단순히 AI 챗봇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특정 사용자의 과거 행동과 성향을 학습하여 해당 사용자를 대신해 소셜 네트워크 안에서 활동하는 AI 아바타를 만드는 기술이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 사람들은 종종 "AI가 나를 대신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AI는 일반적인 지식에 기반해 답변을 생성할 뿐, 특정 개인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어려웠다. 메타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특허 명세서에 따르면 메타는 특정 사용자의 과거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개인 전용 언어모델을 구축한다. 학습 데이터는 사용자가 남긴 게시글, 댓글, 좋아요, 공유 기록, 친구와의 상호작용, 관심사 정보 등을 포함한다. 사용자의 허락이 있는 경우 메신저 대화 내용이나 외부 서비스에서의 상호작용 데이터까지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구축된 모델은 단순히 사용자의 말투만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특정 상황에서 해당 사용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지까지 예측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여행 사진을 게시했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적인 생성형 AI는 사진을 분석하고 일반적인 반응을 생성할 것이다. 반면 이 특허의 AI는 과거 사용자가 여행 사진에 어떤 댓글을 남겼는지, 해당 친구와 얼마나 친밀한 관계인지, 어떤 주제에 관심을 보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그리고 "멋진 곳이네.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와 같은 해당 사용자 특유의 반응을 생성할 수 있다.
특허에서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사용자의 부재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명세서에서는 사용자가 장기간 플랫폼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출장이나 여행처럼 일시적인 부재는 물론, 사용자가 사망한 이후의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허는 사망한 사용자의 디지털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해당 사용자를 시뮬레이션하는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즉, 이 기술은 단순한 자동 댓글 생성기가 아니라 디지털 인간(Digital Human)의 초기 형태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족 구성원이 사망한 이후에도 그 사람의 디지털 아바타가 생전의 말투와 성향을 유지하며 가족들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또는 장기간 플랫폼에 접속하지 못하는 사용자를 대신해 친구들의 게시물에 반응하고 소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특허는 이러한 AI 아바타가 단순한 댓글 작성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특정 게시물에 대해 좋아요를 누를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댓글을 작성할 수도 있다. 친구와 채팅을 진행할 수도 있다. 나아가 음성 합성 기술과 결합하면 전화 통화도 가능하다. 영상 생성 모델과 결합하면 사용자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영상 통화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사용자의 연령대별 성격까지 복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허에서는 동일한 사람에 대해 여러 개의 언어모델을 구축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20대 시절의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 30대 시절의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 40대 시절의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을 각각 별도로 생성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단순히 "과거의 나"를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시기의 성격과 사고방식을 가진 디지털 인간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대학 시절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각각의 AI를 독립적으로 구축할 수도 있다. 미래에는 젊은 시절의 부모와 현재의 자녀가 AI를 통해 대화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상호작용도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기술은 상당한 윤리적 논란을 동반한다.
AI가 특정 사람을 대신해 행동한다면 그 행동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사망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디지털 복제본이 운영될 수 있는가. 가족 구성원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사용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관까지 재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영향은 무엇인가.
메타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허는 사용자가 학습에 활용할 데이터 종류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댓글은 허용하지만 개인 메시지는 제외하는 식의 세부적인 권한 설정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이 특허는 생성형 AI가 단순 정보 생성 단계를 넘어 인간 자체를 모델링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의 AI가 인간의 질문에 답하는 도구였다면 앞으로의 AI는 특정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메타의 이번 특허는 그러한 미래가 단순한 공상과학 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특허 기술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생성형 AI 산업은 이제 텍스트 생성 경쟁을 넘어 인간 복제 경쟁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리고 메타는 그 경쟁의 가장 앞선 지점에서 디지털 인간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AI 산업뿐 아니라 사회, 법률, 윤리 전반에 걸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 기술로 평가된다.
출처 : 인공지능신문(https://www.ai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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